[美 이란 공격] 에너지안보 걸린 中, 확전 위기에 중동정책 시험대

입력 2025-06-23 17:43   수정 2025-06-23 17:45

[美 이란 공격] 에너지안보 걸린 中, 확전 위기에 중동정책 시험대
호르무즈 해협 봉쇄되면 중동 석유 의존도 큰 中 타격 불가피
이란 중심 중동 내 경제적 입지·외교 영향력도 흔들릴 위기
美시선 중동 분산은 긴장완화에 도움?…"中견제란 美목표엔 변화 없어"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이란이 국제 에너지 수송의 중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의 중동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은 22일(이란 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해 외교부를 통해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유엔 헌장의 취지·원칙 및 국제법을 엄중히 위반한 것으로 중동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최근 수년간 중동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해온 중국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공격했을 때부터 이스라엘을 비판하며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란이 미국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중동 석유 의존도가 큰 중국의 타격이 불가피해 셈법이 복잡해지는 상황이다.

◇ 석유 수입량 절반이 중동산…호르무즈 봉쇄되면 中 직격탄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걸프해역의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석유 운송량의 약 4분의 1, 석유 소비량 5분의 1을 담당하는 핵심 해상 수송로로 이란이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대부분 중국,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 향한다.
이란이 이날 의회에서 의결한 대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중동 석유와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가 중국 세관 당국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최대 석유 수입원은 러시아였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국가로부터의 석유 수입량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의 석유 수입 상대국 상위 10곳 중 6곳이 이들 중동 국가다.
또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S&P글로벌 분석을 인용해 지난해 중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의 25% 이상이 카타르와 UAE에서 왔다고 전했다.
중국은 또한 미국 등 서방이 이란 석유 거래를 제재하는 상황에서 이란산 석유를 값싸게 들여오고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지난해 이란산 석유를 수입하지 않았으나, 제3국 경유 환적 등 비공식 경로를 통해 이란 원유 수출 물량의 약 90%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원자재 정보 업체 케이플러(Kpler)는 추산했다. 중국의 석유 수입량 중 이란산 비중은 10%대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동 지역에 대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극단조치'를 할 경우 중국의 에너지 안보가 크게 위협받게 된다.
중국은 전략비축유 규모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으나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의 중국 연구 책임자 미샬 마이든은 중국의 석유 수입이 막힐 경우 90∼100일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운항을 막는 등 "석유 흐름을 차단하고자 군사적 행동을 취할 경우 중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중 경합지 중동서 구축한 中 경제적 입지도 위태
이번 충돌이 격화하고 장기화할 경우 중국이 이란을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구축해온 중동지역에서의 경제적 유대관계와 이를 기반으로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구상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경쟁의 일환으로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에 공을 들여왔다. 미국이 최근 수년간 중동에서 발을 빼려 하는 동안 그 빈 자리를 노렸다.
특히 최근 수년간은 사우디아라비아나 UAE 등 다른 중동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가속했다. 기존에는 석유 등 에너지 수출입 위주였던 무역·투자도 친환경 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했다.
역내 최대 전략 파트너인 이란과의 협력도 강화해 2021년에는 안정적 원유 공급을 받는 대가로 25년간 이란의 금융, 통신, 항만, 철도, 의료, 정보기술 등 분야에 4천억달러를 투자하는 전략 협정을 맺었다. 또 이란·러시아와 아라비아해 오만만 일대에서 주기적으로 합동 군사훈련도 했다.
중국은 이러한 경제적 입지를 토대로 2023년 3월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고 같은 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휴전을 촉구하며 중재 외교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확전은 그간 중국이 지역에서 키워온 경제·외교적 입지를 약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이란에서 계획 중인 각종 투자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무산되며 투자금을 날릴 위험이 있다고 대만 자유시보는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중동 전역에 걸쳐 깊은 경제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다. 또한 이란은 에너지, 인프라, 투자 분야에서 (중국의) 핵심 파트너였다. 이러한 이해관계는 중국을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에 노출시킨다"며 "불안정성이 커지면 (중국의) 이러한 자산이 위험에 놓여 생산·공급망이 무너질 수 있으며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광범위한 경제적 야망이 꺾일 수 있다"고 짚었다.
FT는 "장기적으로 볼 때 이란이 약해지면 중동에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도 약해질 위험이 있으며, 글로벌 분쟁에서 믿을만한 중재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열망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미중 무역협상 '시간벌기'…"장기 전략경쟁 초점은 불변"
다만 미중 무역갈등 등 양국 사이의 전략경쟁 측면에서는 미국의 시선이 중동으로 쏠리면서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외에서의 군사개입을 자제하고 우크라이나·가자 전쟁을 조기에 종식한 뒤 최대 전략경쟁 상대인 중국 견제에 집중한다는 기조였고, 실제로 관세전쟁에서도 주요 타깃은 중국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동참한 미국이 중동 지역 전쟁에 깊게 휘말릴 경우 미국의 집중력이 분산되면서 중국 입장에서는 전력을 가다듬을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고율 관세 부과로 '관세폭탄'을 주고받던 양국은 지난 5월 스위스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에서 서로 관세를 115%씩 낮추고 90일간 협상하기로 하면서 '휴전'에 들어갔으나 긴장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쉬톈천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중동 전쟁에 개입하면 당초 8월 중순이던 협상 기한이 늦춰질 수 있다고 SCMP에 말했다.
다만 미국의 이번 이란 공격이 중국 견제에 집중하려는 미국의 목표 자체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 개입하며 단기적으로는 전략 자산을 중동 쪽으로 이동시켰지만 장기적 전략의 초점은 여전히 중국에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인민대 댜오다밍 국제관계학 교수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 "단일 군사작전을 광범위한 전략적 조정의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미국의 장기적 초점은 여전히 중국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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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중동 원유수송로 끊는다'…"이란 해군 전멸할 것" / 연합뉴스 (Yonhapnews)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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